대만에서의 첫 끼는 젠난로역 근처에 있는 덴쉐이러우 입니다. 북경오리 전문점입니다. 다만 북경오리는 사전에 미리 예약을 했어야 해서 먹지는 못했는데요. 그럼에도 난생처음 보는 음식이 많았음에도 맛있게 먹었었습니다. 참고로 주문하기 전 따로 고수를 넣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는 점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과도한 콜라는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초반에는 다양한 만두(딤섬)이 나왔습니다. 색상이 다양한데 실제로 색상에 따라서 맛이 조금씩 다르더군요. 흰색은 안에 육즙이 터져 나와 많이 뜨거웠지만 풍미만큼은 매우 훌륭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해산물을 좋아해서 안에 새우가 들어있는 반투명한 딤섬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초록색 만두는... 한입 씹는 순간 특유의 향이 확 올라왔습니다.
북경오리 슥삭슥삭
다음으로 잘 튀긴 닭 윙과 볶음밥이 나왔습니다. 평소 치밥으로 유명한 특정 브랜드를 너무나도 사랑한 나머지 매주 꼭 한 번은 먹을 정도로 치킨을 좋아해서 바로 입으로 넣었는데요. 아뿔싸! 지금껏 닭에서 느끼지 못한 대단한 향이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못 먹을 정돈 아니어서 먹긴 했지만, 다음 조각에는 손이 잘 안 가더군요. 볶음밥은 아주 잘 볶아진 맛있는 밥이었습니다.
음... 뭘 더 시킬까...
다음으론 동파육이 나왔습니다. 처음 향을 맡았을 땐 이질적인 향이 나서 잔뜩 겁을 먹었지만, 막상 입에 넣고 보니 돼지고기의 맛이 워낙 강렬해서 향은 거의 안 느껴지더군요. 이런 점은 또 재미있는 거 같습니다. 잘 조리돼서 숟가락만으로 고기를 썰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부드러웠습니다.
이어서 뭔가 고기 조림 같은 것과 새로운 볶음밥이 나왔습니다. 고기는 특유의 향과 함께 고기도 퍼석퍼석해서 손이 잘 안갔습니다. 아까 나왔던 동파육이 남아있길래 얼른 하나 더 먹었습니다. 볶음밥은 아까 먹었던 밥과 마찬가지로 매우 훌륭했습니다. 이 집 알고 보니 북경오리 전문점이 아니라 볶음밥 전문점 아닐까요?
이게 그렇게 달단다! (헉!)
마지막은 우육탕면으로 장식했습니다. 꽤 진입장벽이 높을 거란 소문에 잔뜩 겁먹었는데 생각보다 입맛에 맞아서 놀랐습니다. 오히려 금천구 가리봉동에서 먹었던 우육탕면이 더 향이 강했던 거 같습니다. 그런데 동료 QM의 말대로면 이곳 우육탕면이 향이 매우 약하다고 하더군요. 언젠가 시장에서 진짜 우육탕면을 맛보게 해주겠다며 사악한 웃음을 지어줬습니다.
음식 중에 간혹 이국적인 향이 느껴졌지만, 전체적으로 맛이 뛰어나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뒤 라오허제 야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야시장 특유의 무언가 타는 냄새와 여러 음식 냄새가 뒤섞이면서 나는 오묘한 향이 코를 찌릅니다. 딱 이 냄새를 맡고 나서야 야시장에 도착했다고 실감했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방문한 야시장이라서 간단히 후식으로 즐길만한 망고 빙수를 먹었습니다. 큼지막하게 썬 망고 빙수 아래로 슬러시처럼 얼린 연유가 깔려있습니다. 이미 조합부터가 사기인 망고 빙수는 모두가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맛있게 즐겼습니다.
둘째 날부터는 본격적으로 취재를 시작해서 난강전람관 근처에서 해결했습니다. 순동빠오는 스테이크를 파는 체인점으로 소스를 버무린 소스 위에 여러 구이를 얹어 파는 음식점입니다. 본격적으로 음식이 나오기 전 식전 빵이 나옵니다. 갓 구워서 따뜻하며 안에 버터가 녹아 있습니다.
저는 소스 없이 돼지고기와 고등어구이를 시키고, 같이 식사한 동료 QM은 연어구이, 소고기구이를 주문했습니다. 다른 음식은 다 맛이 좋았는데... 제 음식 중 돼지고기가 향이 적고 질겼습니다. 다행히 고등어구이는 기대했던 맛이라서 잘 즐겼습니다.
셋째 날은 주변 복합 쇼핑몰에서 돈가스를 먹었습니다. 주문받기 전 마실 것을 내주는데 일반 물이 아닌 차를 내줘서 첫인상이 좋더군요. 과연 음식도 만족시켜줬을까요?
각자 취향에 맞는 돈가스를 주문했으며 모두 만족하며 먹었습니다.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긴 했지만, 어제 먹었던 돼지고기가 원체 실망스러워서 그랬는지 너무 맛있게 느껴지더군요. 역시 돈가스는 만국 공통인 모양입니다.
점심에 먹었던 돈가스가 성공적이었는지, 저녁으로 같은 일식인 라멘에 도전했습니다. 마침 숙소 주변에 굉장히 그럴싸하게 생긴 라멘집이 있더군요.
라멘집에서 가장 무난한 돈코츠 라멘을 먹었습니다. 면은 얇은 면에 중간 익힘으로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면이 두껍고 덜 조리돼있더군요. 평소에도 덜 익혀 먹는 걸 좋아해서 다행이지만, 적당히 익히는 걸 선호한다면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물은 삼삼하긴 하지만 그럭저럭 먹을만했습니다. 그런데 먹으면 먹을수록 어디선가 먹어봤던 대만의 향이 느껴졌는데, 알고 보니 차슈가 범인이었습니다. 차슈보다는 수육에 가까운 형태에 그 향까지! 자만하면 때때로 미끄러지는 법도 있죠.
사실상 취재 마지막 날인 4일차에는 피자헛에서 피자를 시켜 먹었습니다. 그 피자헛 맞냐고요? 네 맞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특유의 향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어서 피자도 조심스럽게 먹어봤는데요. 다행히 한국에서 먹던 피자 맛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특히 페퍼로니 피자가 일품이더군요.
종합적으로 정리하면 대부분 음식이 괜찮았지만 군데군데 함정 카드가 숨겨져 있습니다. 마치 3일차 저녁으로 먹은 라멘처럼 말이죠. 그럼에도 향이 강하지 않으면서도 맛이 훌륭한 대만 음식도 다양해서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만일 조금의 도전도 원하지 않는다면 편의점을 즐겨보는 것도 좋습니다. 일본 편의점과 닮은 점이 많아 의외로 이국적인 향이 없으면서도 맛있는 먹을거리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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