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트 샘플 TEST SAMPLE
퀘이사존 직원이 보유한 지슈라를 모두 긁어모으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모은 지슈라는 총 6개, 사무실에서 지슈라를 사용하고 있는 직원은 저와 QM에디, 두 명뿐(한 명 더 있었지만, 스위치 고장으로 탈출)... 뭔가 이상하죠? 사이좋게 각각 3개씩 보유하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는데요. 저도 저지만, 에디도 참 대단한 양반입니다. 도대체 왜 3개씩이나... 다만, 테스트 결과에 반영한 유의미한 샘플은 5개입니다. 하나는 제가 현재 사용 중인 제품으로, 스위치 변경 및 무게를 더 줄이기 위해 내부 구조물을 일부 제거한 제품이라서 최종 단계에서 제외했습니다. 측정 결과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결론을 도출할 때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자, 이번 데이터를 뽑아내는 데 활용한 샘플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QM에디: MR0106(신형, 새 제품, 사진 촬영) / MR0086(구형, 최근 교환 제품, 사진 촬영) / MR0086(구형, 사용감 있음)
· QM깜냥: MR0086(구형, 비닐도 뜯지 않았던 새 제품 이 글 때문에 뜯음ㅠ) / MR0086(구형, 개봉 후 작동 확인만 한 제품, 사진 촬영)
특이한 점이라면 MR0106 신형과 최근 교환한 MR0086 제품은 다른 구형 제품들과 클릭감(정확히는 압력)이 다르다는 거였습니다. 또한, 클릭 시 발생하는 노이즈 크기도 달랐는데요. 기왕 시작한 김에 스위치도 변경된 게 있는지 함께 확인해 보겠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MR0106 샘플이 단 하나라는 겁니다.
외관 비교 DESIGN COMPARISON
사진 촬영 때문에 모든 제품을 분해하는 건 시간, 자원 낭비라고 판단하여 제품 일부만 동원했습니다. MR0106 신형과 최근 교환한 MR0086 제품, 개봉만 한 구형 제품을 활용했습니다. 굳이 교환받은 MR0086을 추가한 이유는 클릭감이 신형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구형끼리 구분하기 위해 개봉만 한 제품에 제가 사용하던 그립 테이프를 부착했습니다. 참고하시어 내용 확인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외관상 신형과 구형 간 차이는 없습니다.
흰색 제품이 무게가 살짝 무거운데, 이는 다른 제조사 제품에서도 목격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흰색을 제대로 뽑아내기 위해선 도료를 여러 번 칠해야 합니다. 그래서 무게가 미세하게 늘어나게 되는 거죠. 사용감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있진 않습니다.
이번 글에서 외형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진짜 중요한 내부를 지금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분해 & 비교 TEAR DOWN & COMPARISON▲ 신형(MR0106)
▲ 왼쪽이 구형 최근 교환품: 교환 시 부착하는 스티커가 모델명을 가리고 있어서 떼낸 후 촬영
모델명은 파워코어POWERCORE 모듈 부착 지점을 확인하면 됩니다. 핫핑크 제품 모델명 끝부분이 'MR0106'으로 바뀐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분해를 위해선 위아래 PTFE 피트를 모두 제거해야 하는데 면적이 커서 예쁘게 떼기가 쉽지 않습니다. 열을 가하면 그나마 수월할 텐데, 경량화 마우스는 그마저도 불가능합니다. 가벼운 열에도 녹아내릴 수 있기 때문이죠. 즉, PTFE 피트 재활용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뜻이며, 분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새롭게 부착할 피트를 구비해야 합니다.
경량화 마우스치고는 내부 설계가 복잡한 편입니다. 보통 경량 마우스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내부 구조를 최대한 단순하게 설계합니다. 하지만 지슈라는 클릭감을 위해 스위치 기판을 쌓아 올리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파워플레이 마우스 패드 활용을 위해 하판에 추가 설계가 되어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배터리는 상판 구조물에 부착했습니다.
구매한 지 가장 오래된 제품(개봉만 한 제품, 왼쪽)은 배터리 고정에 얇고 투명한 양면테이프를 활용했습니다. 반면에 신형과 최근 교환한 구형 제품은 검은색 두꺼운 양면테이프가 붙어 있군요. 당연히 후자 쪽 고정력이 좋습니다(떼다가 배터리 휠 뻔...).
클릭 소음 비교 CLICK NOISE COMPARISON
스위치는 외관상 달라진 부분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테스트에 활용한 모든 샘플이 'OMRON D2FC-F-7N(G1)', 일명 옴론 차이나 스위치를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교환한 구형과 신형, 두 제품은 클릭감이 달랐고 발생하는 노이즈도 훨씬 크다고 체감했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처음에는 스위치를 누르는 버튼 프레임에 부착해 둔 피트를 의심해 봤습니다. 피트 재질 그리고 두께에 따라 클릭감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프레임을 바꿔가면서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차이가 있긴 했으나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는 할 수 없는 수준임을 확인했습니다. 즉, 스위치 자체 특성이 달라졌다는 걸 의미하는데요. 테스트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 영상 내용 중 리퍼비시로 표기한 제품은 최근 교환받은 구형 제품을 뜻합니다.
[녹음기] ZOOM H6
[소음계] Cirrus Research OPTIMUS+ CR-152A
[측정 거리] 30 cm
[측정 결과] 테스트 중 최곳값 기재
메인 버튼 클릭 노이즈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구형 제품 평균이 약 4 dB 정도 작았는데요. 이 정도라면 단번에 체감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또한, 직접 눌러보면 높아진 클릭 압력 때문에 제품 간 차이를 더더욱 쉽게 알아챌 수 있습니다. 익숙함 때문인지 저는 구형 제품의 클릭감과 압력, 소리 특성이 더 좋았습니다. 그 외 나머지 버튼들은 측정 오차 수준 내입니다.
클릭 레이턴시 비교 CLICK LATENCY COMPARISON
▲ 신형(MR0106, nRF52833 - 정보 보러 가기)
▲ 구형(MR0086, nRF52840 - 정보 보러 가기)
▲ 자료 출처: https://www.nordicsemi.com/
클릭 레이턴시는 MCU 성능과 스위치 특성이 결합하여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nRF52840 → nRF52833' 변경에 게이머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입니다. 칩세트 제조사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플래시와 램에서 정확히 반 토막이 난 부품으로 다운그레이드를 감행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사용자는 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까요? 확인해보겠습니다.
▲ MR0086 vs. MR0106 클릭 레이턴시 비교 영상
▲ MR0086 결과는 최근 교환 한 구형 제품을 제외한 평균값 (최상단 관련 영상과 결과가 다른 이유는 단일 제품이 아닌 샘플 3개 평균값이기 때문)
영상 자료 및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차이가 존재하긴 합니다. MCU 자체가 달라졌으니 예상했던 바이긴 한데, 아쉬운 점은 MR0106 샘플이 단 하나라서 확실하게 결론짓기 어렵다는 겁니다. 다만, 구형 제품은 빠르면 7 ms에 도달했지만, MR0106 샘플 테스트에서는 7 ms를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아주 의미 없는 결과는 아닐 겁니다. 물론, 평균으로 따지면 차이가 1 ms 안쪽이라서 체감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플래그십 마우스 성능은 이미 체감 영역을 넘어선 지 오래입니다. 즉, 상징성이 중요하다는 뜻이며 숫자 싸움이 큰 의미를 가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가 달가울 리 없습니다.
앞서 레이턴시 결과는 MCU뿐만 아니라 스위치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문제는 같은 모델명을 가진 스위치지만, 생산 시기에 따라 특성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스위치 특성이 매우 유사한 신형과 최근 교환한 구형 제품을 단독으로 비교해 봤습니다.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구형 중에선 최근에 교환한 제품의 평균 레이턴시가 가장 느리긴 했으나, 소수점 차이라서 유의미하다고 볼 순 없겠습니다. 이 테스트를 하다 보니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가 하나 있는데, 이건 나중에 별도 콘텐츠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DPI 오차율 비교 DPI ACCURACY COMPARISON
▲ MR0086(구형, 가장 오래된 제품) / MR0086(최근 교환한 구형) / MR0106(신형) 순서
로지텍이 자체 설계한 히어로 센서입니다. 제품마다 Rev 넘버가 다른 걸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샘플 중 구매한 지 가장 오래된 MR0086은 007, MR0106은 008, 최근 교환한 구형이 009였습니다. 구형에 탑재한 히어로 센서 모델명은 E243951이고, 신형은 E255400이네요. 뭐가 달라진 걸까요? 아, 물론 DPI 오차율 역시 센서와 MCU가 결합해서 결과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단순하게 센서 특성이 달라졌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 왼쪽: 최근 교환받은 구형 / 오른쪽: 분해 이력 有 - 구형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역시 로지텍입니다. 모든 샘플이 X+값과 X-값 오차가 미세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오차율 절댓값에서는 차이를 보였는데요. 가장 좋지 못했던 건 최근에 교환한 구형 제품(대략 3%)입니다. 재조립 시 정확도가 다소 틀어지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던 결과입니다. [내용 추가]리퍼라서 결과가 유독 튀는 줄 알았는데, 로지텍은 새 제품으로 교환해 준다고 하는군요. 샘플 특성(편차)인 듯합니다. 오른쪽 그래프는 분해를 진행했었던 구형 제품 결과로, 약 1.8~2% 정도로 오차가 발생했습니다.
▲ 구형 신품 컨디션 측정 자료
나머지 분해하지 않은 구형 제품 두 개는 약 1.5% 정도로 측정 오차 범위 내로 비슷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즉, 구형은 1.5% 정도라고 생각하는 게 적절할 듯싶습니다.
▲ 신형 측정 자료
반면에 신형은 0.3~0.5% 정도로 좋은 수치를 보여줬습니다. 그간 공개하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DPI 오차율 테스트를 진행해 봤던 로지텍 제품들 대부분(예를 들어 G304, G903 HERO 등등)은 0%에 붙어있다시피 했습니다. 그래서 이 결과가 그다지 놀랍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구형 제품들이 1%대로 튀어 나간 게 의아했죠.
자, 지금부터는 순전히 제 뇌피셜을 풀어보겠습니다. 이 부분은 글을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했는데, 진지하게 받아들이시기보다는 이러한 추측도 있다는 정도로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DPI 오차율은 센서와 MCU, 두 부품이 결과에 영향을 미칩니다. 센서가 특성 및 잠재력이라면 MCU가 그 능력을 발휘하게끔 하는 도구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이는 몇몇 기업과 DPI 정확도를 튜닝하거나 피드백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요. 결국 최종 수치는 MCU에 저장한 세팅 값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 펌웨어를 통해 센서 정확도를 수정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또한, 로지텍은 펌웨어를 통해 머큐리 센서와 히어로 센서 사양 자체를 끌어올린 이력이 있기도 하고요.
MR0106과 MR0086은 MCU가 다르고, 내부 설정값 또한 완전히 같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G HUB 소프트웨어는 두 제품을 'G PRO X SUPERLIGHT'라고만 인식합니다. 한 마디로 같은 제품으로 인식한다는 거죠. 소프트웨어나 펌웨어는 최신 버전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고, 세팅 값은 nRF52833으로 MCU를 변경한 MR0106이 기준이 됐을 가능성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nRF52840을 탑재한 구형 지슈라의 DPI 정확도가 살짝 틀어지게 된 거 아닐까요?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입니다.
맺음말 CLOSING REMARKS
■ 재미로 봐주세요
MCU가 변경되기 전에 측정한 자료가 있었다면 확신하고 글을 풀었을 거 같은데, 그렇지 못한 점이 참 아쉽습니다. 이렇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습니다. 또한, 테스트 샘플이 부족하다는 한계도 제 자신감과 이 글이 가지는 신뢰도를 깎는 요소로 작용했을 겁니다. 저는 스스로가 납득하지 못하면 일을 진행하지 않는 타입입니다. 이번 글도 평소 같았다면 기획 단계에서 드롭했을 주제였죠. 그런데 주변에서 나쁘지 않은 주제라고 비행기를 태우는 바람에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게 됐습니다. 무언가 잘못된 거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순 없지만, 확실한 정보를 전달한다기보다는 제 궁금증을 퀘이사존의 방식으로 풀어보고, 그에 대한 보고서를 여러분과 공유한다는 마인드 셋으로 일을 진행했습니다.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면 비슷한 느낌의 기획 진행을 조금 더 고려해 볼지도…?
■ MCU는 변경은 팩트, 체감할 수 있나? MCU가 바뀌었고, 이 변화는 성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감각이 매우 예민한 분이라면 DPI 오차율 정도는 체감할 수도 있을 듯한데, 이마저도 마우스를 오래 사용하면서 포인터 움직임 특성에 적응하면 되는 수준이라 큰 의미는 없습니다. 어차피 X+값과 X-값 차이가 미세한 건 모든 샘플이 동일했으니까요. 즉, MCU 변경은 스펙상 다운그레이드가 맞긴 하나,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겠습니다.
■ 예나 지금이나 OMRON CHINA 스위치가 문제 MCU 변경보다 더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클릭감입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신형 특성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면이 있습니다. OMRON 스위치는 아시다시피 클릭감, 클릭 압력 편차로 홍역을 앓았던 이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생산 주차마다 클릭감이 미세하게 달라지는 것 정도는 그다지 큰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생산자 입장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뽑기를 해야 한다는 건 그다지 달가운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지슈라 정도 가격대라면 큰마음을 먹고 구매해야 하는 제품이니까요.
아직도 로지텍 버튼 내구성에 대한 이슈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일찌감치 광학 스위치로 방향을 선회한 레이저와 로캣은 클릭감에 관한 호불호가 있을지언정 내구성 이슈는 말끔하게 해결했습니다. 다른 기업들이 돌파구를 마련한 만큼 로지텍도 뒷짐만 지고 있을 때는 아닙니다. 물론, 이미 G502X에 광학 스위치를 적용했기 때문에 내구성 이슈에서 벗어나는 건 시간문제일 겁니다. 다만, 로지텍 제품 사용자 입장에서 그 시간을 최대한 앞당겨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얼마 전 수많은 이를 낚았던 지프로 하이퍼라이트에 대한 루머를 접하셨을 겁니다. 이 사례가 저와 같은 사람이 전 세계에 많이 퍼져있다는 걸 방증하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하루빨리 광학 스위치를 탑재한 차세대 지프로를 만나보고 싶네요.
이상, QM깜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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