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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판형 게이밍 헤드셋
미국 음향기기 제조사 오디지Audeze는 음향 시장 내에서는 역사가 짧은 편에 속합니다. 음향 분야에서 역사는 기술력과 노하우, 신뢰도와 정비례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법으로 격차를 좁히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헤드폰 마니아들은 베이어다이나믹Beyerdynamic이나 젠하이저Sennheiser만큼 오디지에도 큰 관심을 보입니다. 오히려 최근 주목도로만 본다면 더 높다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들이 단기간에 이목을 끌 수 있었던 이유로는 기존 드라이버 방식과 차별화를 꾀한 전략을 꼽을 수 있습니다. 플래너 마그네틱Planar Magnetic, 일명 평판형 드라이버를 무기로 내세운 오디지는 시장에 큰 충격을 줬고 그들의 성공은 후발주자가 속속 등장하는 계기로 작용합니다.
▲ Audeze LCD-GX Open-Back Gaming Headset(출처: Audeze 공식 사이트)
오디지는 LCD라는 오리지널 라인업과 레퍼런스 라인업 그리고 플래그십 라인업을 구성합니다. 그리고 게이밍에도 관심이 있는지 LCD-GX라는 헤드셋을 출시했는데, 기존 제품에 비해 좋은 성적을 얻어내는 데 실패합니다. 내부적으로는 게이밍 헤드셋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다고 판단했는지, 다음 제품은 설계를 완전히 뜯어고칩니다. 그게 바로 이번 리포트로 살펴볼 펜로즈Penrose의 근간이 되는 모비우스Mobius입니다. 오픈형 대신 밀폐형으로 설계한 모비우스는 무게도 평판형치고는 혁신적(?)으로 낮추는 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Waves NX 가상 음장과 헤드트래킹 기술을 적용하여 다른 게이밍 제조사가 만든 헤드셋보다 더 자연스러운 가상 서라운드를 구현해냅니다. 여기에 블루투스 무선 연결과 3.5 mm 유선 연결까지 지원하여 필요한 건 다 때려 넣은 끝판왕급 다용도 게이밍 헤드셋을 완성합니다.
▲ Audeze Penrose 드라이버 구조(출처: Audeze 공식 사이트)
펜로즈는 모비우스의 주 연결 방식인 USB 인터페이스 대신 동글을 활용한 2.4 Ghz RF 무선 연결을 메인으로 삼았습니다. 그 대신 앞서 언급했던 Waves NX와 헤드트래킹, 블루투스 코덱 중 LDAC를 들어내어 가격을 낮추는 데 집중했죠. 다양한 부가기능도 좋지만, 조금이라도 더 저렴해야 바라봐 주는 게이밍 헤드셋 시장의 속성을 정확하게 파악한 움직임입니다. 게다가 평판형 헤드셋도 2.4 GHz RF 무선 신호를 활용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으니 제품이 가지는 의의는 충분합니다. 특히, 펜로즈 X는 엑스박스 원과 시리즈 X|S와 호환되니 콘솔 게임기용으로 더 적합한 면이 있습니다.
[안내] 퀘이사존은 2022년 5월 말, GRAS 45CA-10 이어 시뮬레이터와 Audio Precision APx517B 분석기를 도입했습니다. GRAS 45CA-10은 RA0401/02라는 품명을 가진 신형 마이크를 탑재합니다. IEC 60318-4(711) 기준을 충족하는 RA0045는 13.5 kHz 대역에서 발생하는 반파장 공진half-wave resonance로 인해 신뢰 구간이 10 kHz로 제한됩니다. 반면에 RA0401/02는 그 반파장 공진을 감쇠시켜 신뢰구간을 20 kHz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하는 댐핑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즉, 구형 이어 시뮬레이터에 비해 고음역 신뢰도를 높인 장비입니다. APx517B는 AD-DA 컨버터, 마이크로폰 전원 공급 장치, 앰프 그리고 구매 비용에 소프트웨어까지 포함되어 있는 신뢰도 높은 올인원 시스템입니다. 이 두 장비를 통해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테스트와 주파수 응답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 하만 타깃 OE(2018) 커브 + 1/3 스무딩 적용
[안내] 헤드폰은 하만 인터내셔널, Sean Olive 박사가 연구한 하만 타깃 OE(2018)을 기준으로 합니다. 하만 타깃은 기존 DF(Diffuse Field) 타깃과 다르게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소리를 평균화했는데요. DF 타깃과 비교한다면 저음은 더 커야하고, 고음은 작아야 한다는 결과를 도출했습니다. 기존 DF 플랫 이어폰, 헤드폰은 저음이 부족하게 들린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하만 타깃 기준 플랫은 만족할 확률이 높습니다. 이어폰은 뒤이어 연구한 하만 타깃 IE(2019) 커브를 적용하는데, OE(2018) 커브보다 저음이 더 많아야 플랫하게 측정됩니다. 이 지점에 대해서는 저음이 너무 강하다는 의견을 내놓는 등, 호불호가 크게 갈립니다. 어느 쪽을 선호하느냐는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경험을 기준으로 판단하실 수밖에 없습니다. 퀘이사존은 여러분의 판단을 위해 두 가지 그래프를 모두 첨부하고 있으며 평가는 하만 타깃을 기준입니다.
[평가] 동사 모비우스 그리고 모비우스를 기반으로 한 HyperX Cloud Orbit S와 완전히 같지는 않으나 여전히 저음에서 중음까지 밸런스가 좋습니다. 게이밍 헤드셋은 저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제품은 저음역으로 인해 다른 음역이 흐려지는 마스킹 현상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그래서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 용도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만한 헤드셋입니다. 음악으로 한정하더라도 장르를 크게 타지 않을 겁니다.
다만, 고음은 다른 두 음역에 비해 양감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깨끗함도 떨어집니다. 예를 들면 하이햇 심벌즈 소리가 시원시원하게 뻗어나가기보다는 살짝 둔탁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소리가 답답하지는 않았는데, 이는 평판형 특유의 고음 질감과 함께 잘 억제된 저음 덕분일 겁니다. 다만, 오디지 특유의 좌우 밸런스가 균일하지 않은 점은 여전히 유효하군요. 그나마 다행인 건 테스트한 샘플 기준으로는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 DF 타깃 커브 + 1/3 스무딩 적용 그래프
[안내] 과거에 많이 활용하던 DF(Diffuse Field, 확산 음장) 타깃 그래프입니다. 무향실에서 소리를 듣는 사람은 없으므로, 반사음이 존재하는 잔향실에서 소리를 모의하여 산출한 타깃 커브인데요. 오랜 기간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었으나, 저음역 양감이 부족하고 고음역이 너무 밝게 들린다는 비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부터 음향 기기를 좋아했던 분이라면 DF 타깃 커브가 더 익숙하실 테고, 소리 성향도 DF 플랫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은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DF 타깃 커브를 적용한 그래프를 첨부합니다.
▲ RAW 그래프: 타깃 커브와 스무딩을 적용하지 않은 원본 데이터
[안내] 제품 하나를 테스트한 결과로 전체 특성을 대변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위에 첨부한 RAW 그래프는 익숙하지 않은 분이라면 참고하기 어렵습니다. 단, 요긴하게 사용하는 분도 분명히 있으므로 자료를 제공합니다. RAW 자료는 다른 그래프와는 달리 스무딩을 적용하지 않은 원본 값입니다.
[안내] THD(Total Harmonic Distortion)는 오디오 신호에서 필요한 주파수만 재생되지 않고 주변 주파수 대역들에 분산되어 불필요한 하모닉 성분들이 발생하여 왜곡이 생기는 증상으로, 오디오 시스템의 특성을 파악하는 기준이 됩니다. 단위는 %를 활용하며, 1% 미만은 체감할 가능성이 작습니다. 물론, 더 깊게 들어가면 2차, 3차 고조파 왜곡 등을 따로 살펴봐야겠지만, 일반적으로 그래프가 1%보다 높지 않으면 왜곡 없는 깨끗한 소리가 재생된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안내] 군지연(그룹 딜레이) 그래프는 평탄할수록 지연 시간차가 없다는 걸 의미합니다. 즉, 선형을 이루는 게 좋은 특성입니다. Y축 단위는 ms(밀리초)입니다.
[구성품] Penrose 본품, 2.4GHz 무선 동글, 탈부착식 마이크, 마이크 윈드 스크린, USB Type-C to A 케이블, USB Type-C to C 케이블, 3.5mm AUX 케이블, 퀵 스타트 가이드 문서
[이어컵 타입] 밀폐형, 오버이어
[케이블] 탈부착 가능(3.5 mm AUX 아날로그 포트, USB Type-C 충전 포트)
[이어 패드 & 헤드 밴드 쿠션 재질] 메모리폼 + 인조 가죽
[연결 방식] 무선(2.4 GHz 동글, 블루투스 SBC 코덱), 유선(3.5 mm AUX 케이블), 충전(USB Type-C)
펜로즈는 파란색 포인트 색을 활용하며 플레이스테이션용을 뜻합니다. 물론, PC뿐만 아니라 AUX 케이블이나 블루투스 연결을 통해 다른 플랫폼과 호환도 가능합니다. 사실상 호환성 자체는 무궁무진한 셈이죠. 다만, 이 제품은 내부에 있는 DAC과 앰프를 통해 구동하므로 유선으로 연결한다고 할지라도 배터리를 통해 전원을 공급해야 합니다. 엑스박스용 제품을 구매하고 싶다면 파란색 대신 녹색 포인트로 제품을 꾸민 펜로즈 X를 선택해야 합니다.
버튼과 휠, 마이크 포트까지 있는 왼쪽과 오른쪽 이어 컵은 또 다른 차이가 있습니다. 오른쪽 이어 컵 앞뒤로 에어 홀 3개가 있다는 점인데요. 배터리와 PCB를 내장해야 하는 무선 헤드셋 특성상 좌우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방책이 아닐까 예상해 봅니다.
[컨트롤]
· 이어 컵 바깥 면: 마이크 음소거 스위치, 전원 버튼
· 이어 컵 옆면: 연결 방식 전환 스위치, 마이크 포트, 충전 포트(USB Type-C), 3.5 mm 아날로그 포트, 마이크 음량 조절 휠, 헤드폰 음량 조절 휠
음소거 조작 직관성은 높은 편이나 마이크 음량과 헤드폰 음량 휠이 붙어 있어서 잘못 조작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모비우스를 꽤 오랜 기간 활용했는데, 아직까지도 의도와는 다른 음량을 조절하게 되더군요. 휠 사이에 포트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거리를 두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마이크 탈부착 가능 여부] 가능
[윈드 스크린] 기본 제공
마이크 품질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목소리가 살짝 두껍게 왜곡되는 경향이 있긴 합니다만,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정확하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노이즈를 억제하는 성능도 좋습니다. 지향각이 단방향이고 노이즈 게이트가 적용되어 있어 주변에서 발생하는 일정 데시벨 이하 소리는 차단해버립니다. 설령 큰 소음이 발생한다고 할지라도 목소리와 거리감이 생겨서 의사를 전달하는 데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게이밍 헤드셋이 갖춰야 하는 특성은 다 갖춘 셈인데, 연결 방식 특성 때문인지 가끔 노이즈가 발생해서 완벽하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습니다.
[스위블 기능] 지원
[길이 조절 슬라이드] 약 3.3 cm, 총 6.6 cm(근사치)
길이 조절 슬라이드가 늘어나는 정도는 평범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기본 크기가 큰 편이라서 머리가 큰 분도 착용하는데 문제가 발생할 확률은 낮습니다. 스위블 기능을 지원하여 각도 조절이 자유롭습니다. 얼굴 모양에 관계없이 이어 패드를 어렵지 않게 밀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장력이 꽤 강한 편입니다. 그래서 정상 착용이 될지라도 압박감을 느낄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용하면서 어느 정도 괜찮아지겠지만, 장력은 직접 체험을 해보는 게 좋습니다.
이어 시뮬레이터에도 뜨는 부분 없이 완벽하게 밀착이 된 모습입니다.
[이어 패드 내부 직경] 세로 6.2 cm, 가로 4.6 cm(근사치)
[이어 패드, 헤드 밴드 쿠션 재질] 메모리폼 + 인조 가죽
표면 재질이 부드러워서 피부에 자극이 없습니다. 다만, 얼굴에 밀착이 잘 되고 장력이 강한 편이라서 답답하다는 느낌을 다른 헤드셋보다 크게 느끼게 됩니다. 저를 기준으로 겨울에는 큰 문제가 없었는데, 여름에는 에어컨 가동이 필수입니다.
[무게] 362.3 g / 마이크: 12 g
오디지가 공개한 무게보다는 다소 무겁게 측정됐습니다. 이어 패드를 제거하고 측정하면 얼추 유사한 값이 나오더군요. 무선 게이밍 헤드셋이 보통 320~350 g 정도를 형성하는데, 펜로즈는 마이크를 장착할 경우 약 374 g으로 무거운 편에 속합니다. 하지만 드라이버가 평판형이라는 걸 고려한다면 무게를 정말 잘 억제했다고 표현하는 게 적절합니다. 어쨌든 무게가 가볍지는 않고, 장력 또한 강한 편이니 자주 헤드셋을 벗고 쉬는 시간을 갖는 게 좋습니다.
■ 여전히 좋은 음향 성능
모비우스와 HyperX Cloud Orbit S는 측정치가 아주 유사합니다. 그런데 펜로즈는 두 제품과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결과를 보여주는군요. 주 연결 방식이 유선에서 무선으로 달라진 만큼 이어 컵 내부 설계도 바뀌었을 테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펜로즈 자체 톤밸런스도 훌륭합니다. 저음과 고음을 강조하는 기존 게이밍 헤드셋과는 분명 차별화되는 튜닝입니다. 게임 외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즐기더라도 전혀 부족함을 느낄 수 없는 특성입니다. 취향에 따라서는 음악 감상용으로 사용해도 무방할 수준이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게임에서 약점이 발생하는 건 아닌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을 겁니다. 게임에서 중요한 정보는 중~고음에 몰려있습니다. 게이밍 기어 제조사들이 저음을 강조하는 이유는 폭발음 등을 강조하여 몰입감을 키우기 위함인데요. 승리를 위해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에게는 되레 부적합한 튜닝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젠하이저나 터틀비치 같은 제조사는 저음을 억제하는 게임용 EQ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돌아와서 펜로즈는 고음에서 다소 약점이 존재하긴 하나, 적절하게 억제한 저음 덕분에 승리에 필요한 정보를 취득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강력한 무기를 버린 펜로즈는 가치가 없는 걸까? 그렇지 않습니다. 게이머들이 좋아하는 무선 연결 방식이라는 점, 콘솔 게임기에 최적화했다는 점, 가격이 더 저렴하다는 점은 모비우스를 제쳐두고 선택할 만한 가치가 있는 요소들입니다. 단순한 열화판이 아니라는 건 연결 방식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펜로즈는 2채널 USB 헤드셋 소스로 디바이스에 등록되므로 가상 서라운드를 적용할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건 아닙니다. 서드 파티 프로그램을 잘 활용해 볼 여지가 남은 셈이죠. 나에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 잘 따져본다면 어떤 제품이 더 적합한지 판단할 수 있을 겁니다.
이상, QM깜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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