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둠 이터널(DOOM Eternal) E3 2018 티저 트레일러 둠 이터널 DOOM Eternal 베데스다(Bethesda Softworks)는 E3 2018에서 둠(DOOM, 2016)의 정식 후속작, 둠 이터널(DOOM Eternal) 티저 트레일러를 공개했습니다. 약 1분 가량의 매우 짧은 트레일러이며, 자세한 게임플레이나 세부 사항은 영상 말미에 나온 것처럼 8월 10일 퀘이크콘(Quakecon)에서 공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본 기사는 해당 티저 트레일러를 분석하여 둠 이터널에 어떤 요소가 담길지 제 마음대로 추측하고 썰을 풀어보는 내용입니다.
사실, 2016년에 출시된 둠은 기존 클래식 둠 시리즈(둠: 1993, 둠 2: 1994)를 재해석한 리부트에 가까운 작품이었습니다. 개발사는 이드 소프트웨어(id software)로 여전히 동일하고요. 게임성 역시 둠 3(DOOM 3, 2004)에서 선보였던 호러성 짙은 FPS가 아닌 화끈한 액션성과 다양한 몬스터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며 정신없이 싸우는 원작의 게임성으로 회귀했습니다. 최신 게임 트렌드와는 다른 스타일로 볼 수 있겠죠. 또는 이미 유행이 지나간 올드한 감성으로 치부되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세대 FPS 게임의 싱글 플레이는 영화적인 연출과 스토리를 전달하는 데 집중해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원작에 가까운 클래식한 FPS 게임성으로 회귀하는 것은 도박과도 같은 결정이었겠죠.
하지만 이드 소프트웨어는 유저들이 바라는 둠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며 어설프게 현대적 감성과 트렌드를 좇지 않고, 클래식 FPS 감성을 충실히 구현함과 동시에 둠 고유의 감성을 살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메타크리틱(metacritic)의 점수나 스팀 상점 페이지의 유저 평가(92% 긍정적) 점수 역시 이를 방증합니다. 이렇게 성공적인 리부트를 이뤄낸 이드 소프트웨어에게 둠의 팬들은 후속작에 대한 열망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클래식 둠 2의 부제였던 'Hell on Earth'와 같이 이제 무대를 옮겨 지구에서 악마들과 대화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죠. 그리고 둠 2016 출시 이후 2년이 지난 2018년 6월, 베데스다(퍼블리셔)는 E3 2018에서 둠의 정식 후속작, 둠 이터널(DOOM Eternal) 티저 트레일러를 공개함으로써 팬들에게 회답했습니다.
그리고 저, 퀘이사존벤치가 둘째가라면 서러울 둠덕후로서 둠 이터널의 티저 트레일러를 근거로 이번 둠 이터널은 기존 작품과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또 어떠한 특징을 가지고 있을지 분석해보는 시간을 마련하였습니다. 둠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본 기사를 즐겁게 감상하실 수 있을 것 같네요. :) 자 출발해볼까요?!
티저 트레일러를 재생하면 가장 처음 마주하게 되는 배경입니다. 비주얼 특성상 실제 인 게임(in-game) 엔진으로 만들어진 실시간 렌더링 퀄리티로 추정됩니다. 전작 고유의 질감 특성도 느껴지는데요. 이드 테크(id Tech) 엔진으로 제작된 게임들을 보면 아트적으로는 훌륭하지만, 텍스처의 세밀한 질감 표현이나 해상도에서는 부족한 부분을 보여주는데, 티저 트레일러 역시 유사한 특성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유튜브 영상의 화질 열화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정확한 판단은 유보하겠습니다. 또한, 전작의 경우 실내 묘사력에서는 극강의 품질을 보여줬지만, 실외 환경은 비교적 단조로운 비주얼을 보여줬습니다. 배경의 입체감이나 모델링이 단순한 형태가 많았던 탓이죠. 하지만 둠 이터널에서는 지옥화/악마화된 지형지물과 주변 환경 묘사에 굉장한 공을 들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콘셉트 아트가 공개되어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겠지만, 아무래도 게임 배경이 지구로 추측되는 만큼 전작과 비교하여 야외 환경에 대한 아트 비중이 커졌으리라 생각됩니다.(클래식 둠 2 역시 야외 배경이 상대적으로 늘어났던 전례가 있음) 수 프레임이 지나가면 지형지물에서 지옥/악마의 산물로 추정되는 촉수들(이미지 우측)이 꿈틀대며 등장합니다. 이런 오브젝트는 싸워서 죽이는 형태의 몹이 아니라 단순 배경 혹은 사격 시, 피를 튀기며 자취를 감추거나 상처가 나는 수준 선에서 구현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합니다. 하지만 이런 오브젝트가 의미를 갖는 것은 트레일러 상에서 비교적 역동적인 애니메이션으로 꿈틀대기 때문에, 배경에 대한 몰입감을 높여주는 실감 나는 연출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전작의 경우 기계적 특성을 띤 오브젝트가 이런 특징을 갖고 있었는데, 둠 이터널의 경우 생체적인 오브젝트가 다수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이렇게 징그럽고 혐오스러운 표현은 이드 소프트웨어의 특기이기도 하죠.(ㅋㅋ) 우측에서 레버넌트(Revenant)가 등장합니다. 전작에서 인지도가 급격히 올라간 악마이기도 한데요. 트레일러 상에서 자세하게 살펴볼 수는 없지만, 외형적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입니다. 어쩌면 동일한 모델링을 사용했을 수도 있겠네요.
드디어 새로운 악마가 등장합니다. 클래식 둠 2에서 등장한 바 있었지만, 사실상 그 후로 명맥이 끊긴 아라크노트론(Arachnotron)입니다. 커다란 뇌와 기계 다리를 가졌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형태는 스마마(스파이더 마스터마인드, Spider Mastermind)와 유사하지만, 훨씬 더 작은 몸집과 약한 맷집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클래식 둠 2에서 플라스마(plasma)를 발사하며 굉장한 화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악마입니다. 아라크노트론이 이번 둠 이터널에서 새롭게 공개된 것 역시, 클래식 둠에서는 등장하지 않았으나 클래식 둠 2에 와서야 등장했었다는 과거 전례와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또는 이미 리부트 둠의 기획 단계에서 고려되었지만, 후속작을 염두에 두고 아껴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저만의 추측입니다. :)
▲ 클래식 둠 2의 아라크노트론
아라크노트론이 퇴장하고 고지대에서 카리스마를 뿜는 악마가 등장합니다. 익숙한 비주얼인데요. 네, 맞습니다. 바로 바론 오브 헬(Baron of Hell)입니다. 보스급 악마를 제외하고 사실상 대장 악마로 볼 수 있는 강력한 녀석이죠. 그런데 작은 화면에서 단번에 알아챌 수 있을 만큼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바로 양 팔에 장착된 화염이 감도는 블레이드(blade)입니다. 아무래도 최상위 악마에 속하는 만큼 전투력이 상향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저 블레이드에 쓸리면 화염과 함께 지속 데미지 판정도 가해지지 않을까? 이런 궁금증이 생기네요. 전작의 경우 초록색 화염구와 엄청난 추진력으로 둠가이를 괴롭혔지만, 둠 이터널에서는 보다 다양한 형태로 둠가이를 괴롭힐 가능성이 엿보입니다. 물론, 지가 날뛰어봤자 우리의 둠가이는 정중하게 대화로 해결하겠지만요. 다음은 가장 하위급 악마에 속하는 임프(Imp)입니다. 전작과 유사하지만 어깨에는 뿔이 솟아나고, 동공에서는 빨간 빛을 뿜으면서 클래식 둠의 임프와 더욱더 닮게 되었습니다.(빨간 눈빛은 트레일러 전반에서 확인 가능) ▲ 클래식 둠 시리즈의 임프(Imp)
사이버데몬(Cyberdemon)을 닮은 악마의 두개골이 등장하고... 뒤로 보이는 배경에서는 문명화된 도시, 즉 지구를 상징하듯 고층 빌딩이 불타고 있습니다. 게임 배경이 지구로 옮겨졌다는 가장 큰 단서입니다.
두개골을 정중하게 즈려밟으며 둠가이(Doom Slayer)가 등장합니다.
악마를 보자마자 슈퍼 샷건(Super shotgun)에 탄약을 장전하며 대화 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전방에 바론 오브 헬 외에도 페인 엘레멘탈(Pain elemental)이 보입니다. 해당 악마 역시 클래식 둠 2에는 등장한 바 있지만, 2016년 리부트 작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악마입니다. 자체적인 공격 능력은 없으나, 커다란 입에서 로스트 소울(Lost Soul, 일명 해골 바가지)을 토해내며 둠가이를 괴롭히는데, 둠 이터널에서도 동일한 방식의 공격 방식을 가질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습니다. 저 녀석의 면상을 마주하니 벌써부터 최우선 순위로 대화하고 싶어지는 군요.
▲ 클래식 둠 2의 페인 엘레멘탈(Pain elemental)
슈퍼 샷건은 둠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사실 시리즈 최초 작품부터 등장한 것은 아니고 클래식 둠 2에서 처음 나온 무기입니다. 그리고 둠을 즐기는 게이머에게 가장 사랑받는 무기이자 가장 상징성이 강한 무기이기도 하죠. 리부트 작품에서도 풀 업그레이드를 거치면 탄약 소비 없이 연속 두 번의 발사가 가능해지면서 그야말로 사기급의 화력을 자랑하기도 합니다. 모델링 디자인의 경우 2016년 버전과 유사하지만 결정적으로 총신이 짧아졌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 둠 2016에서 등장한 슈퍼 샷건, 둠 이터널보다 총신이 길다 장전 후 총구를 들이대기 전에 리부트에 등장하지 않았던 또다른 악마가 보입니다. 두 팔을 벌려 하늘로 향하는 저 특유의 포즈는... 네 그렇습니다. 아크바일(Arch-vile)이 분명합니다. 상위 등급의 악마로서 자체적인 공격력도 엄청 아프지만, 무엇보다 주변에 널린 악마 시체를 부활시키며 둠가이의 심기를 건드린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클래식 둠 2에서의 얘기고, 이번 둠 이터널에서는 어떤 공격 형태를 가지게 될 지 가장 궁금한 악마이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2016년 리부트 작품의 경우 악마를 처리하고 나면 시체가 남지 않아 아크바일의 시체 되살리는 능력 자체가 시스템적으로 성립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리부트 작품의 경우 서모너(Summoner)가 시체를 되살리는 게 아닌 악마를 소환하는 형태로 바뀐 아크바일 버전으로 여겨지곤 했는데, 둠 이터널에서 오리지널 아크바일(Arch-vile) 디자인이 등장하는 점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물론, 단순히 서모너 디자인이 바뀐 것일수도 있고, 아니면 둠 이터널에서는 다시금 클래식 둠처럼 악마를 죽이고 나면 시체가 그대로 남는 시스템으로 회귀하며 아크바일이 등장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다양한 해석과 추측이 가능한 부분입니다.
▲ 클래식 둠 2의 아크바일(Arch-vile)
티저 트레일러의 마지막은 둠가이의 대화 시작 직전에서 종료됩니다. 여기서 또 발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둠가이의 전투복, 프레이터 수트(Praetor Suit) 디자인이 변경되었다는 것입니다. 본래 프레이터 수트는 피부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 형태였는데, 둠 이터널에서는 삼두근이 훤히 드러나는 형태로 변경되었습니다. 이러한 형태는 리부트가 아닌 클래식 둠의 전투복 디자인에 더 가까운 것인데요. 아마도 이드 소프트웨어는 2016년 둠 리부트의 성공을 통해 클래식 둠에 대한 오마주 혹은 고유의 감성적 요소를 충실히 따르는 것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나 두려움이 대폭 낮아진 것으로 추측됩니다. 팬들이 원하는 것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의 발로인 것이죠. 전투복과 새롭게 추가된 악마, 그리고 기존 악마 디자인까지 많은 것들이 좀 더 클래식 둠에 가까운 모습을 갖췄다는 것을 그 근거로 꼽을 수 있습니다.
▲ 클래식 둠 시리즈의 전투복 디자인
이렇게 게임 화면이 끝나고, 타이틀이 공개되는 시점에서 둠의 정식 후속작임을 암시하는 카메라 구도가 돋보입니다. DOOM을 이루고 있는 알파벳 OO 사이로부터 출발한 카메라는 점점 멀어지면서 양 알파벳 사이를 빨간색으로 강조하며 마치 '2'를 뜻하는 로마숫자 'II'를 연상하게 합니다. 또한, 클래식 둠 2의 영문 타이틀이 'DOOM II'라는 것 역시 이런 연출이 철저히 계산되었다는 추측에 힘을 실어줄 수 있겠죠. 센스 합격!!
둠의 정식 후속작, 둠 이터널(DOOM Eternal)이었습니다. 재밌게도 과거 클래식 둠에서 인기 있었던 모드(mod) 중에 이터널 둠(Eternal DOOM)도 있었죠. 다양한 측면에서 올드 팬을 자극하는 네이밍입니다.
실제 게임플레이 화면은 8월 10일, 퀘이크콘에서 생중계된다고 합니다. 빨리 그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이렇게 짧디짧은 티저 트레일러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 보았습니다. 어디까지나 둠의 팬으로서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과 추측으로 이루어진 글이니까 재미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둠 이터널에 대한 추가 정보가 나오면 뉴스나 기사를 통해 거듭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본 기사의 마무리는 E3 2018에서 이드 소프트웨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휴고 마틴(Hugo Martin)의 멘트로 대신하겠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둠 차기작에서 여러분이 보고 싶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에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여러분과 함께할 것입니다. 더 강력한 둠가이(Doom Slayer)를 원하십니까? 이미 준비되었습니다. 더 쩌는 악마를 원하십니까? 둠 이터널에는 두 배에 달하는 악마들이 있습니다. 지구에서 지옥(Hell on Earth)을 보고 싶습니까? 티저 트레일러로 보셨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정말 기대하는 것은 여러분이 예상하지 못한 것들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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