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부문에서 최고의 성능, RTX 3090과의 차이는 약 10%
말 그대로 현존 최고의 성능, 아니 최고의 성능일 수밖에 없다. 단순 스펙만 열거해도 RTX 3090 대비 모든 부문에서 뛰어나기 때문. 풀칩 GA102 GPU에 부스트 클록을 끌어올렸고, 메모리는 19.5 Gbps에서 21 Gbps로 높아졌다. 중요한 건 실제 성능 차이. 고성능 그래픽카드 특성상 CPU 병목이 심화되는 저해상도보단 4K 해상도에서 성능 차이를 살펴보는 것이 적절한데, 작게는 4% 크게는 13%까지 차이가 벌어지며 평균 10% 성능 차이를 보였다.
■ MSRP $1,999!! 쉽게 넘보기 힘든 가격 엔비디아가 발표한 공식 MSRP는 $1,999다. 물론, 과거에 비해 의미가 많이 퇴색되긴 했으나, 현재는 전반적인 그래픽카드 가격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고, 또 다른 모델과의 상대적 비교를 통해 실제 시장가를 유추할 수 있으니 의미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현재 $1,499로 발표된 RTX 3090의 시세가 RTX 3090 Ti 실제 가격을 유추하는 데 힌트가 될 수 있을 것. 기존 루머로는 RTX 3090과 동일한 $1,499일 것이라는 내용도 있었지만, 결국 $1,999로 출시되었다. 플래그십 제품은 본래 가성비를 따지는 영역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 지포스 30 시리즈 자체가 점점 황혼기를 향해가는 시점이라는 것을 고려해보면 상당히 높은 가격임이 분명하다.
■ TGP 450 W, 너무 높아진 소비전력 가격 외에도 단점으로 꼭 짚고 싶은 것은 바로 소비전력. 무려 450W TGP로 RTX 3090 대비 100W 높다. 10% 성능 향상을 위해 100W를 더 끌어쓰는 셈인데, 높아도 너무 높다. 당장 이전 세대 그래픽카드 TGP/TDP만 봐도 RTX 2080 Ti FE는 260W, GTX 1080 Ti는 250W에 불과하여 비교가 민망한 수준으로 급상승한 것. 결국 높아진 소비전력은 그대로 발열량으로 이어지므로, 방안에서 풀로드 상황(고사양 게임 구동) 지속 시 엄청난 열기를 지속해서 내뿜을 것이다. 곧 날씨가 따뜻해지는 데 에어컨 없는 방에서 RTX 3090 Ti를 구동한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무리 좋은 쿨러를 장착해도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애초에 GPU 온도와 발열량은 다른 개념이니까.
■ 대용량 24GB VRAM과 ECC 메모리는 확실한 장점 RTX 3090 Ti는 "지포스" 그래픽카드다. 굳이 지포스 브랜드를 강조한 까닭이 있다. 지포스는 게임용 그래픽카드를 지칭하는 브랜드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는 RTX 3090 출시 당시에도 그랬지만, RTX 3090 Ti를 자꾸 "타이탄"처럼 여겨지길 바라는 것 같다. 아예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닌 게, 순수 게임용으로 보기에는 다소 과하게 느껴지는 24GB 용량의 VRAM을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다. 메모리 용량이 24GB가 된 까닭은 사실 수십가지 이유를 상상해볼 수 있지만, 어쨌든 매우 많은 용량이라는 것은 사실이기에 엔비디아는 높은 가격 정책 명분으로 크리에이터와 전문 작업 영역을 홍보하고 있다. 그리고 확실한 장점이 되어주는 것도 맞다. 실제로 방송 장비나 그래픽 전문 작업에서는 늘 높은 용량의 메모리가 절실한 상황들이 즐비하기 때문.
여기서 RTX 3090 Ti는 한 가지 더 나아간 특징이 있는데 바로 ECC(Error correction code) 메모리를 탑재했다는 것. 크고 작은 메모리 오류를 보정하기 위한 안정장치를 탑재한 것인데, 게임 용도로는 사실상 필요가 없는 기능이다. 쿼드로 계열(현세대 기준 RTX A6000 등) 그래픽카드나 탑재하던 것이 지포스에 등장한 것. 최근에는 개인 사용자가 딥러닝 용도로도 그래픽카드를 활용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대용량 메모리와 맞물려 확실한 장점이 될 수 있다. 즉 최고의 성능을 바라는 소비자, 나아가 24GB VRAM과 정밀성을 요하는 작업자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것.
■ 타이탄 계보로 취급하기엔 자격 미달
앞선 내용에서 분명 일반 지포스 그래픽카드로 보기엔 차별적 특징(ECC 메모리 등)이 있다고 언급했지만, 그 차이가 미약한 것 역시 사실이다. 타이탄 계보 그래픽카드는 전통적으로 쿼드로 계열 그래픽카드 고유의 가속 성능을 지원했었던 이력이 있다. 예를 들어 TITAN Xp 12GB, TITAN V 12GB, TITAN RTX 24GB의 경우 사실 GTX 1080 Ti, RTX 2080 Ti 스펙과 큰 차이는 없었으나, 마치 쿼드로 계열 제품처럼 SPECviewperf 벤치마크 일부 항목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성능을 내어준다. 정확히 말하면 캐드 계열(CATIA, CREO, Siemens NX 등)의 뷰포트 가속 성능. 하지만 RTX 3090/RTX 3090 Ti는 그런 거 없다. 즉 특수 용도/애플리케이션에서 차별화된 성능 특징이 없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RTX 3090은 VRAM 많고 성능 좋은 지포스 그래픽카드, RTX 3090 Ti는 ECC 메모리를 탑재한 최고 성능의 지포스 그래픽카드로 정의해도 무방하다. 타이탄으로 취급할 수 있는 명분과 자격이 없다.
■ 오버클록 잠재력은 어땠을까?
크게 기대할만한 수준은 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샘플에 의한 결론이기 때문에 확정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게다가 본 벤치마크에 쓰인 이노3D 제품은 아쉽게도 전력 제한 레벨 상향이 불가능하여 450W TGP 안에서만 오버클록이 가능했기에 효과는 미미하다. 따라서 일부 고급형 비레퍼런스 제품은 전력 제한 레벨 상향과 함께 더 높은 오버클록이 가능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는데, 레퍼런스만 해도 450W라서 500W 수준을 넘기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알아서 감당하도록 하자. 충분한 쿨링과 에어컨 그리고 전기세를 무시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무시해도 될 이야기다.
■ NVIDIA 지포스 RTX 3090 Ti GDDR6X 24GB의 가치
범접할 수 없는 플래그십 풀칩의 감성, 최고의 게임 성능, 최고의 레이트레이싱 성능, 압도적인 10,752개의 쿠다 코어, 24GB VRAM, ECC 메모리 등 수식할 수 있는 매력은 정말 많은 제품이다. 따라서 최고를 원하는 소비자라면 열거한 이유만으로도 충분한 명분이 될 수 있을 것. 하지만 이것만은 기억하자. 지금 당장 구매하더라도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차세대 지포스 그래픽카드에게 성능은 물론이고 전성비 면에서 압도적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 하지만, 이 제품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다 아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여러모로 괴물 그래픽카드라는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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