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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VGA Z15 RGB 영상
EVGA를 좋아하니?
기업이 오랜 기간 고객들과 마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야기와 역사가 쌓이게 됩니다. 이에 따라 충성 고객층도 생기곤 하죠. 이들은 같은 제품이라고 할지라도 선호하는 브랜드에 가치를 더 부여합니다. 브랜드 가치가 가지는 중요성에 대한 예시가 있습니다. 기아가 스팅어를 처음 선보였을 때, 기아 엠블럼 대신 마세라티 엠블럼을 합성한 사진이 돌아다녔었는데요. 그 당시 기아가 가진 입지가 어땠는지 뼈저리게 확인할 수 있었던 씁쓸한 일화입니다. PC 시장도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데스크톱 PC를 구성하는 컴포넌트는 매우 많습니다. PC 케이스 내부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뿐만 아니라 주변기기, 의자, 책상 등 상상 이상으로 가짓수가 많습니다. 부품마다 가성비가 좋은 제품으로 채워 넣을 수도 있지만, 성향에 따라 브랜드를 더 중요하게 여길 수도 있습니다. 퀘이사존 사이트에 존재하는 데스크 셋업 게시판이 이를 증명합니다. 특정 브랜드로 콘셉트를 잡은 게시글은 언제나 긍정적인 댓글이 달리곤 합니다. 아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이들 중에는 다음 시스템을 특정 브랜드 제품으로 꾸려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분이 있을 겁니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 많은 PC 브랜드가 있는데, 그중 EVGA는 특유의 미국 감성이 잘 깃들어 있는 브랜드입니다. 컴퓨터 주요 부품을 만드는 브랜드 대부분이 대만 기업이라는 걸 생각하면 미국 브랜드라는 사실만으로 꽤 매력 있어 보입니다. EVGA는 많은 부품 중 그래픽카드와 수냉 쿨러에서 높은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마더보드와 파워서플라이같은 PC 부품은 물론이고, 오디오 카드와 함께 최근에는 캡처 카드에도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캡처 카드는 최근에 퀘이사 칼럼을 통해서도 소개해드렸었죠. 그리고 여기서 멈추지 않고 오랜만에 게이밍 기어도 선보였는데요. 일반적인 기계식 키보드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기능을 탑재했다고 하는데, 어떤 기능인지 EVGA Z15 RGB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사진을 누르면 확대해서 볼 수 있습니다
전면에는 제품 이름과 사용한 스위치 종류를 기재하고, 키보드 외형을 크게 프린팅했습니다. 그런데 스위치 종류는 리니어 스위치(Linear Switch)라고만 표기해놓았습니다. 어차피 키보드에 탑재한 스위치가 카일 스피드 은축(리니어)과 동축(클릭)밖에 없으니 본 키보드를 구매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큰 문제는 안 되겠지만, 기왕이면 정확한 스위치 이름을 표기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뒷면엔 키보드의 전체적인 외형과 특징을 간략히 기재했습니다. 다양한 언어를 사용했으나, 그중 한국어는 없습니다. 구성품은 키보드 본체와 팜레스트, 여분 스위치 8개, 키캡 리무버, 스위치 리무버, 사용설명서를 제공합니다. 스위치 리무버, 여분 스위치처럼 기본 구성품에서 부터 핫스왑 기능을 제공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키보드는 은축(리니어)인데, 여분 스위치는 동축(클릭)을 제공하네요. 스위치 수리보다는 WASD나 방향키처럼 특정 키를 바꿔서 독특한 키감을 만드는 용도로 사용하면 좋을 거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스위치가 그대로 드러나는 비키스타일 하우징을 사용했습니다. 따라서 보강판이 키보드 상판 역할도 같이 하는데요. 표면에 헤어라인 패턴을 사용해서 금속 재질 느낌을 한껏 살렸습니다. 비키스타일은 일반적인 하우징과 비교해서 LED 효과가 더 강하게 보일뿐더러 스위치 사이사이에 껴있는 먼지를 청소하는 데 유리합니다. 배열은 ANSI(American National Standards Institute) 규격에 부합해 추후에 키캡을 바꿀 때 호환성을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키보드 전체 외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만 금속으로 마감해 존재감이 확실합니다. 멀리서 봐도 EVGA 로고 덕분에 단숨에 이 키보드가 EVGA 키보드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104키 풀 배열 키보드는 숫자 키 패드 위에 여백이 생깁니다. 그래서 이곳을 채우기 위해 LED 인디케이터를 배치하는데요. EVGA Z15 RGB는 볼륨 조절 다이얼과 인터페이스 버튼 4개를 사용했습니다. 보통 Fn과 단축키로 배치하는데 따로 버튼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직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신 LED 인디케이터는 방향키 위로 위치를 옮겼습니다. LED 인디케이터 위치는 사용자에 따라 취향이 극명하게 드러나므로 무조건 어느 위치가 옳다고 말하기에는 어폐가 있습니다. 왼쪽부터 Num Lock, Caps Lock, Scroll Lock, Game Mode 여부를 나타냅니다.
USB 케이블이 연결되는 부위를 EVGA 로고가 가려줘서 일체감은 좋아 보이나 탈부착이 안 됩니다. 풀 배열 키보드 특성상 휴대할 일이 적다는 걸 고려하더라도 기본 장착된 케이블이 아닌 다른 케이블을 사용하려 한다면 아쉬울 수 있습니다. 측면 모서리는 다이아몬드 커팅으로 마감했습니다. 키캡 높이는 OEM 프로파일을 사용했습니다. 일반적인 기계식 키보드라면 널리 사용하고 있는 프로파일이라서 익숙합니다. 그밖에 전체적으로 높이가 낮고, 각도도 가파르지 않습니다. 장시간 사용하더라도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는 요소들이라 마음에 듭니다. 만일 각도를 가파르게 하고 싶다면 바닥에 각도 조절 다리를 펴면 됩니다.
바닥에는 독특한 패턴과 함께 EVGA 로고를 음각으로 각인했습니다. 타 컴포넌트에도 줄곧 비슷한 패턴을 삽입해왔기에 EVGA만의 아이덴티티가 잘 묻어나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키보드 각도는 총 3단계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키보드 자체 각도가 완만한 편이라 다리를 펴고 사용할 분이 많으리라 예상하는데, 각도 조절 다리를 다양하게 제공하여 완만한 각도부터 가파른 각도까지 사용자가 원하는 각도로 맞춰 사용할 수 있게끔 했습니다.
표면에 가죽 패턴으로 인해 얼핏 봐서는 플라스틱 하우징에 가죽을 사용한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만져보면 모든 부분을 플라스틱으로 마감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죠. 하지만 손바닥이 닿는 부분은 별도로 코팅 처리를 했는지 플라스틱 재질감은 거의 안 들고 촉감이 아주 부드럽습니다. 바닥에는 키보드와 같은 패턴으로 마감해서 일체감 있습니다.
키보드 측면에 팜레스트를 갖다 대면 내부에 자석을 내장한 덕분에 별다른 과정 없이 손쉽게 탈부착할 수 있습니다. 팜레스트 높이가 다소 낮은 편인데, 키보드 높이도 다른 기계식 키보드와 비교해서 높은 편이 아니라 특출나게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평소 사용하던 환경에 따라 팜레스트가 낮다고 느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무게는 키보드만 1,021 g, 팜레스트 포함해서 1,223 g으로 측정됐습니다. 대체로 풀 배열 기계식 키보드가 1 kg을 훌쩍 넘기는 걸 고려했을 때 EVGA Z15 RGB는 평범한 편에 속합니다.
게이밍 키보드답게 모든 버튼에 RGB LED가 점등합니다. 심지어 숫자 키 패드 위에 있는 멀티미디어 키에도 RGB LED가 점등하는데요. 비키스타일 하우징을 사용한 키보드답게 RGB LED 효과가 키보드 상판에 은은하게 비칩니다. 효과 전환은 Fn과 방향키를 누르거나, EVGA에서 제공하는 Unleash RGB 소프트웨어를 통해 세세하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칼럼에 사용한 키보드는 카일 스피드 은축을 탑재했습니다. 칼럼에 사용한 스위치 외에도 카일 스피드 동축도 선택할 수 있으니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됩니다. 스위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일반적인 스위치와 비교해서 훨씬 빠른 지점에서 입력이 시작되는 스위치입니다. 대체로 2.0 mm만큼 누르면 입력이 시작되는 다른 스위치와 달리 카일 스피드 은축은 무려 1.1 mm부터 입력됩니다. 또한, 글로벌 브랜드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핫스왑 기능도 제공하는데요. 스위치 내부에 접점부가 모종의 이유로 손상돼 정상적인 입력이 불가하거나, 기존에 사용하던 스위치 키감이 식상하다면 다른 스위치로 바꿔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 보강판용(3핀) 스위치만 사용 가능하며, 만일 무보강판용(5핀) 스위치를 구매했다면 추가 다리를 제거 후 사용하면 됩니다.
스태빌라이저는 보강판 아래에 철심이 있는 체리식을 사용했습니다. 마제식(코스타) 스태빌라이저와 비교해서 키캡 간섭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으나, 균일한 키감을 만들어내는 데 불리한 방식입니다. 그래서 많은 키보드 제조사는 윤활 처리를 통해 체리식 스태빌라이저의 단점을 상쇄하려고 하는데요. EVGA Z15 RGB 역시 스태빌라이저에 윤활처리를 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윤활처리를 했음에도 철심이 철컹거리는 소리를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는데요. 다행히 윤활처리를 전혀 안 한 키보드와 비교하면 철심 소리가 크지 않고, 문자열 키감과 비교해서 이질감도 적습니다.
키캡 재질은 ABS를 사용하고, 각인은 반투명한 키캡에 도료를 입힌 후 빛이 투과할 부분만 레이저로 각인한 방식입니다. 글로벌 브랜드에서 게이밍 기어를 출시할 때면 애용하는 방식인데요. 개성 있는 폰트를 적용하기 유리하지만, 내구성과 외부 오염에 취약해 장기간 사용할 때는 아쉬움이 많은 키캡입니다. 최근 들어서 몇몇 브랜드는 이중사출 방식을 채택하기도 하니 아쉬움은 더욱 커집니다. 키캡 두께는 0.89 ~ 1.00 mm로 꽤 얇습니다. 키캡 두께가 얇으면 스위치가 가진 특성이 강하게 드러나므로 넌클릭이나 클릭 스위치와 사용할 때 시너지가 발생합니다.
보강판과 하판을 고정하는 나사와 각 귀퉁이에 있는 미끄럼 방지 패드 아래에 있는 나사를 제거하면 키보드를 분해할 수 있습니다. 나사가 많아 분해하는 과정이 많아서 다소 귀찮을 뿐, 고정 걸쇠가 없어서 분해 난도는 낮습니다.
볼륨 조절 다이얼은 별도 PCB를 마련해 케이블로 연결했습니다. 안정적인 사용을 위해 하우징 내부에 무게추를 탑재했으며, 측면에는 팜레스트와 탈부착하기 용이하도록 자석을 내장했습니다.
높은 폴링레이트를 지원하는 게이밍 기어에서 NXP MCU를 사용하는 모습을 자주 확인할 수 있습니다. EVGA Z15 RGB도 ARM Cortex-M33 기반 NXP LPC5516을 사용합니다. 핫스왑을 제공하는 키보드답게 스위치 소켓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위치와 마찬가지로 소켓도 카일 부품을 사용했습니다. 무보강판용(5핀) 스위치와 사용할 때 간섭이 발생하지 않아 핫스왑 키보드를 구성할 때 많이 찾는 소켓입니다.
EVGA에서 제공하는 Unleash RGB 소프트웨어를 통해 키보드와 관련된 다양한 설정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키보드 관련 설정을 시작해서 LED 효과와 키 커스터마이징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선 폴링레이트 설정이 눈에 띄는데요. 최근 출시하는 키보드라면 대부분 1,000 Hz로 작동하고, 무선으로 사용할 때나 125, 250 Hz로 작동한다는 걸 생각해보면 의아할 수 있습니다. EVGA Z15 RGB에 폴링레이트 설정이 따로 있는건 바로 4,000 Hz까지 설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도 1,000 Hz보다 높은 폴링레이트에 대해서 실제로 효용성이 있는지에 대한 논란은 끊이질 않습니다. 하지만 체감의 영역을 넘어서 어떤 상황에서든 최고의 컨디션과 실력을 유지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솔깃할 만한 기능입니다. 더군다나 입력 지점이 빠른 스피드 은축을 사용한 키보드라면 더더욱 그렇죠.
타건 영상은 주변 소음이 통제하기 위해 방음 부스에서 진행했으며, 방음 부스에 대한 정보는 소개 리포트를 참고해 주시면 됩니다. 마이크는 ZOOM H6를 사용했으며, 키보드와 마이크 간 거리는 약 30 cm입니다. 또한, 책상으로 전해지는 잔진동이 녹음되지 않도록 삼각대로 마이크를 고정했습니다.
방음 부스 소개 리포트 보러 가기
변인을 최대한 통제했지만, 청취 환경에 따라 소리 성향 및 음량이 다르게 들릴 수 있습니다. 타건 영상 시청 시 헤드폰, 이어폰 착용을 권장해 드립니다. 타건 영상에 등장하는 키보드는 카일 스피드 은축을 사용했습니다. 키압이 50 g으로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리니어 스위치와 비교했을 때 조금 키압이 높아서 그런지 스위치를 누르는 느낌이 분명하고 부드럽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통울림도 거의 들리지 않아 타건음이 상당히 정갈하게 들립니다. 다만, 스태빌라이저는 윤활처리를 했음에도 철심이 철컹거리는 소리가 다소 들려 아쉽습니다. 스위치 핫스왑 기능을 제공하니, 별도로 스태빌라이저를 분리 후 추가로 윤활 작업을 진행해보는 것도 철심 소리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 4,000 Hz 폴링레이트
최근 들어 많은 주변 기기가 1,000 Hz를 넘어 더 높은 폴링레이트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높은 폴링레이트가 실제로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체감하고, 실력 향상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있습니다. 분명 이론상 폴링레이트 수치만큼 빠른 입력을 유지해나간다면 그 차이를 확인할 수 있겠지만, 사람이라면 초당 4,000번에 달하는 수치에 버금가는 입력을 해낸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4,000 Hz 폴링레이트는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빠른 입력은 사실상 체감이 어려우니,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신호를 전송한다는 걸 고려한다면, 정확한 입력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신호가 누락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은 곧 안정감으로 이어지겠죠. 언제나 최고를 지향하는 하이엔드 유저나 하드코어 게이머들은 이런 미세한 차이를 결코 간과하지 않습니다.
■ 핫스왑 기능 지원
과거부터 핫스왑 기능을 지원하는 키보드는 많았지만, 글로벌 게이밍 브랜드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기존 시장을 꽉 쥐고 있는 브랜드들은 핫스왑 소켓을 적용할 필요성을 못 느끼지 않았을까 예상해봅니다. 핫스왑 기능을 제공하지 않더라도 키보드로서 기능을 충분히 해냈으니까요. 더군다나 이렇게 확신이 안 서는 상태에서 핫스왑 방식이 키보드 제조 단가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하니 더더욱 보기 어려웠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EVGA는 오랜만에 다시 게이밍 시장에 진출하는 만큼 타 제조사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요소가 필요했고, 이때 선택한 기능이 핫스왑이 아닐까 싶습니다. 덕분에 스위치가 고장 났을 때 손쉽게 수리할 수 있는 건 물론이고, 기존에 사용하던 스위치 키감이 싫증난다면 다른 스위치를 구매해 바꿔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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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GA Z15 RGB 카일 스피드 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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