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하드웨어가 너무 좋아서 방학 때 가끔 서울에 올라왔던 추억이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지금은 그저 마음속의 추억으로 남아있지만 용산 굴다리를 지나면 19금 CD들을 판매하는 광경을 보기도 하고 매장들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판매상들의 열정적인 호객행위도 있었지요.
저는 아직까지 오프라인 매장을 돌아다니면 그 시절 추억이 떠올라서 즐겁습니다.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허허 잡설은 뒤로하고 천천히 용산 선인상가를 둘러보기로 합니다.
어떤 중고 제품 매장을 지나다가 아주 예전 그래픽카드를 목격했습니다. 그 녀석은 바로 기가바이트사의 지포스 GTX 280.
65nm의 공정에 240개의 쿠다코어,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512-bit의 깡패 같은 인터페이스의 1GB의 DDR3 메모리, 8+6핀 보조전원, DirectX 10을 지원하는 그래픽카드로 출시 당시 뜨겁고 소비전력 많이 먹는 것으로 유명한 그래픽카드였습니다. 물론, 성능은 뛰어났지만요. 이후에 공정이 55nm로 미세해지고 클록 속도를 끌어올리고 발열과 소비전력이 개선된 GTX 285가 출시되었지만, 레퍼런스 기준 거의 백플레이트가 기본으로 탑재되던 GTX 280대비 포스가 조금 부족했습니다.
저는 가격도 2만원 밖에 하지 않기에 장식용으로 써도 무방할 거란 생각이 든 이 녀석을 갑자기 구매하고 싶어졌습니다만 참았습니다. 기회는 다음으로...
여러 매장들을 둘러보는데 과거와는 조금 다른 광경을 목격하였습니다.
음... 상당수의 매장들에서 채굴시스템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채굴러들도 소비자들이긴 하지만, 그래픽카드는 엄연히 게임을 하거나 전문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하드웨어인 만큼 진짜 소비자들이 지금 이 순간에 피해를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개인적으로, 엔비디아나 AMD에서 게이머들이 사용하는 그래픽카드에는 채굴을 하기 위한 기능을 막는 것도 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될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채굴용 그래픽카드는 전문가용처럼 따로 출시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지요. 어찌 되었건 오프라인 매장에서 채굴 시스템을 판매하는 광경을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시장조사 결과는 업무적인 부분이라 생략을 하겠습니다. 정리를 하고 다른 쪽으로 넘어갈려는 찰나에 어떤 매장에서 갑자기 저를 보며 " 어? 어! 어...?! " 감탄사를 연발하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저는 그를 응시했습니다. 그러다가 그는 저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 우와! 퀘...퀘이사존! "
음... 뭐 이렇네요. 아무리 그 존재감을 숨기려 해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남자. 오직 나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오직 내 의지뿐인 남자. 마음을 먹으면 그것은 곧 현실을 만들 수 있는 남자. (캐릭터 콘셉 원래 이렇습니다. 평생 바꿀 생각 없습니다. 그냥 그러려니 이해해주세요.)
그냥 지나가려고 했지만 저는 유저들을 보면 절대 그냥 지나가지 않습니다.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 이 퀘이사존이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항상 고마움을 표하고 하드웨어에 대한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나누기도 합니다. 가끔 행사장에서 유저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저의 이런 마음들이 과해서 항상 다른 QM들은 저에게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지요, 시간도 없는데 유저들과 이런 이야기를 길게 한다고...
허허 아무튼 저는 업무는 뒤로 제쳐두고 그와 하드웨어에 대한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도중에 매장에 손님이 왔습니다. 그래서 그는 상담에 들어갔어요.
그는 상당히 프로페셔널 했습니다. 고객이 가성비를 논하자마자 머릿속에 입력된 CPU쿨러 이름부터 척척 나오기 시작하더니 마지막까지 깔끔하게 견적을 완성하고는 고객에게 상담을 끝마쳤어요. 제가 봐도 완벽에 가까운 설명과 견적이었지만 고객은 몇 군데 더 둘러보고 온다면서 자리를 떴습니다. 그리고 또 저와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이 퀘이사존 회원분은 타이탄 V부터 시작해서 아직 출시되지도 않은 레이븐 릿지 2400G에 대한 성능이 대략 GT 1030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견 등등 거침없이 자신의 하드웨어 지식을 저와 함께 나누었는데 갑자기 저에게 공격이 들어왔습니다.
퀘이사존 회원 : 레이븐 릿지 2400G 테스트하고 있죠?
퀘이사존지름 : 음... 들어본 적 없는 물건입니다.
퀘이사존 회원 : ㅋㅋㅋ 에이.
퀘이사존지름 : ... 죄송합니다. 저는 그 어떤 말씀도 드릴 수 없습니다. 기업 간 비밀은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할 사항입니다.
퀘이사존 회원 : ㅇㅋ
그러던 도중 아까 다른 매장에 들렀다가 온다는 고객이 복귀하여 저는 또 뒤로 물러났습니다만, 그 고객은 얼마까지 해 줄 수 있느냐며 가격을 확인하고는 또 다른 곳 둘러보고 온다고 하더군요.
용산 오프라인 매장에 근무하시는 분들이 이런 일로 고생을 많이 하고 계시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힘내십시요! 용산 오프라인 매장 관계자 여러분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저는 그와의 즐거운 만남을 종료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저의 명함을 꼭 받고 싶다 하시길래 드렸습니다. 너무 고맙고 즐거웠어요. 이상, 저의 용산 시장조사 초간단 후기를 마치고자 합니다.
전국, 세계 각지에 계신 퀘이사존 회원 여러분, 항상 고맙습니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항상 열정적이고 좋은 커뮤니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