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조립하고 나니 강화유리에 LED가 보이지 않습니다. 카메라에 최대한 LED를 담으려 한참을 케이스만 노려보고 있었는데요. 문득 이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LED 없어도 괜찮은데?'라고 말이죠.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손목시계는 남자들을 위한 고가의 장난감입니다. 그중에서도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제품군은 가장 고가에 속하는데요. 배터리로 작동하는 쿼츠 제품군이 더 가볍고, 튼튼하고, 정확하고, 작게 만들 수 있는데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걸까요 물론 비싼 기술과 소재가 적용된다는 점에서 납득할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건 바로 내부를 볼 수 있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수백, 수천 가지 정밀한 기계장치가 정교하게 동작하는 무브먼트를 보는 건 상당히 즐거운 경험입니다.
혹자는 '손목시계가 가치 있는 이유는 손목 위에 올릴 수 있는 작은 우주이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기계식 시계는 정교한 기술과 공학 지식이 필요한 제품입니다. 오밀조밀 모여 있어 보는 재미도 상당합니다. 그러면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더욱 필요한 아날로그 제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시간을 보는 그 순간만큼은 손목 위가 잠깐 동안 휴식처 또는 놀이터가 될 수 있다고 말이죠. ITX 시스템은 그 작은 크기 때문에 오밀조밀하게 부품들이 모여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NZXT가 고민한 결과인훌륭한 설계와 레이아웃 덕분에 잘 맞물려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요. 그렇기에 LED가 없어도, 시계만큼 정교하지 않아도, 내부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보는 맛'이 있습니다. PC 앞에 앉아 바쁘게 작업을 하다가도 혹은 게임에 열중하다가도 잠시 H1을 바라보면서 한 템포 쉬어가는 건 어떨까요.
콘솔을 닮은 디자인, 콤팩트한 구성, Push-to-Lock 방식으로 도구가 필요 없는 툴리스 방식, 자석 방식으로 제공하는 먼지 필터 등은 ITX 케이스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조립을 쉽게 만들어주는 편의사양입니다. 특히 함께 제공하는 파워서플라이가 대단히 마음에 드는데요. 케이블이 길거나 짧지 않고 딱 필요한 만큼의 길이로서 선정리가 더할 나위 없이 수월합니다. 비록 선택지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플래그십 그래픽카드와 CPU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시스템에 650W가 부족하지는 않으리라 예상됩니다.
확장성을 살펴보면 CPU 쿨러는 90mm, 그래픽카드는 305mm x 128mm 또는 265mm x 145mm까지 장착할 수 있습니다. 다른 일체형 수랭쿨러로 교체를 하려면 케이스 내부 구조상 워터블록(펌프)의 높이가 낮고, 튜브 길이가 적당하며, 라디에이터 입·출수구에 회전 피팅이 적용된 제품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제품을 사실상 구하기 어려우니 기본 탑재된 일체형 수랭쿨러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저장장치는 SSD 케이지에 2개의 SSD를 장착할 수 있습니다.
강화유리를 통해 화려한 LED를 볼 수 없다는 것과 파워서플라이, CPU 쿨러를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화유리 대신 메시 패널을 장착하는 선택지 역시 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다만, NZXT H1을 위한 전용 파워서플라이, 케이블, 일체형 수랭쿨러는 모든 길이와 공간이 딱딱 들어맞아 케이블 정리가 놀라울 정도인데요. 만약 타사의 쿨러, 파워서플라이를 사용할 경우 케이블 정리는 상당히 복잡할 것이며, 생각지 못한 부품 간섭 문제로 고생할 것이 눈앞에 훤히 펼쳐집니다. Mini-ITX 폼팩터는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것보다 상당히 작고 협소하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에서 선택지 대신 이런 편의를 제공해주는 것, 저에게는 충분히 납득 가능한 부분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상, 당신의 첫 번째 ITX가 될 수 있는 특별한 케이스, NZXT H1 칼럼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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