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병설유치원 다닐 무렵
시골 초등학교 답게 스쿨버스도 있던 지라 스쿨버스 옆에는 버스 청소를 위한 것인지
지하수를 펌프로 퍼오는 수도라고 해야하나? 암튼 그런게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고나면 급식소로 가서 밥을 먹고 나오면서 정수기에서 물을 한 잔 마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치원과는 운동장을 사이에 두고 있는 건물이라 거리가 멀어서 자주 가지는 않았죠
유치원 안에는 정수기가 없었고,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냉수를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유치원 5살 6살 먹은 꼬맹이들은 유치원에서 가깝고 겉으로 보기에 깨끗해보이는 그 물을 마셨습니다
4살 터울의 저희형이 유치원에 다닐때도 그랬으니 아마 형들의 누나들의 형들의 형들, 혹은 그 이전부터 마셔왔겠죠
처음엔 마시지 않았지만 6월의 여름 땡볕에 너무 더워서 마셨던 그 물맛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지하수라 그런지 아아주 적당히 시원한데다가 물맛은 또 어찌나 좋던지
수돗물 특유의 맛들과는 다른 맛이 났습니다
비교하자면 삼다수랑 석수 살짝 섞은 듯한데 좀 더 진한 맛이 납니다
수돗물은 그냥 먹자니 맛이 별로고, 끓여먹자니 맛이 다 빠져서 별로 안좋아했는데
때문에 아침마다 할아버지의 일과는 자전거타고 샘터로 가서 물을 길러오는 일이었습니다
거기 샘물도 맛이 좋았습니다
태풍이 오면 흙탕물이 나오긴 하지만 그런날만 아니면 꾸준히 차가운 물이 흐르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찬샘터죠 ㅎㅎ
아무튼 어릴때부터 물맛에 좀 민감했는데 십몇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그 물맛을 못잊고 이렇게 글을 쓰네요
생수 특유의 깔끔한 맛이 아니라 무언가 섞인 그 맛을 아직도 잊질 못합니다.....